3월의 끝자락
제주는 너무나 푸르고 따듯하고 예쁘다.
이년 전 이맘때 남편과 둘이 다녀온 제주를
이번엔 셋이 다녀왔다 귀여운 8개월 딸랑구와
요 몇 주간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육아와 병원을 병행하며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자기를 좀 보살펴 달라며 울부짖고 있는 거 같았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나는 그 대가를 제대로 치르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괜찮아 질까 하는 의심에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바보 같게도 빨리 좋아지지 않는 내 상태에 좌절하는 날들의 연속, 오랫동안 방치한 내 몸이 하루아침에 좋아지길 기대했던 욕심, 몸의 근육과 함께 마음의 근육도 키워야겠다. 내 모습은 겉은 튼튼해 보이지만 사실 뿌리가 얕은 나무와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방황했다. 너무 귀여운 딸과 늘 내 옆을 지키는 나의 반려묘를 앞에 두고..
여행을 가서도 안 좋은 컨디션이 계속될까 출발 전부터 걱정도 됐지만 자연을 느끼며 나의 상태가 어서 회복이 되길 바래본다
출발할 때는 비가 오더니
제주에 도착했을 땐 너무나 화창하고 바람이 시원했다
역시 제주, 자연이 주는 편안함은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도착하자마자 몇 달 전에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다.
너의 몸과 마음을 쉬었다가 하는 듯한 캐빈의 입구
조용한 동네
문득, 하루라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딸과 함께 머무를 곳, 그리고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편안함과 차분함이 느껴지시는 캐빈의 주인분들, 부부께서 열심히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만들어 가꾸고 계시는 듯했다.
텃밭에는 버터 헤드 근대 치커리 야콘 하귤 등
안 심어져 있는 게 없었고 레몬 나무 복숭아나무 등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것들이 도토리 캐빈을 둘러쌓고 있었다. 농약을 치지 않아 벌레들이 있었지만
자연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생명들이라 생각하니 무섭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신비로웠다
숙소를 들어가 보지 않아도 이미 너무 힐링이 되는 중,
내 옆에 남편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과 같아 보였고
나의 8개월 딸 보민이는 그냥 뭐든 만지고 싶어 했다


도토리 캐빈의 내부는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캐빈을 둘러싸고 있는 바깥의 모든 것들과 너무나
조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흙과 나무로 직접 지으신 오두막
그리고 내가 제일 애정 하는 고양이의 그림과 조각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소품 하나 물건 하나 모든 게 사장님의 작품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시간들에 집중하고 한참을 찬찬히 둘러봤다

계획 없이 왔기에 어디 갈 생각도 못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쉬기로 한다

자리가 바뀌어 밤새 밤잠을 설친 딸 덕에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맞이한 아침은
어느 때보다 너무 개운하게 느껴졌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캐빈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며칠만 더 머물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오래간만에 정말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숙소 가까이엔
사람이 많이 없어 조용한 금능해변
아침 일찍 남편을 깨워 딸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맨발로 모래 위를 걸었다. 울퉁불퉁한 모래 위를 한참을 걸으니 어싱의 효과를 몸으로 고스라니 받는 느낌이였다
좋다.
바람도 느끼고 차가운 바닷물에 발도 담가보고
사진도 찍어 순간들을 남겼다
언제든지 꺼내보며 이때의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미소 짓게, 정말 너무 선물 같은 시간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텃밭에 야채들로 정성스레 만들어 주신 조식
어디서 이런 아침을 받아 볼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해진다
우와 만 연발하던 남편..
웨이뤠? 못먹어본 사람처럼? (한편으론 짠하다)
그.. 그래 내가 더 부지런해져 볼게 ..ㅋㅋ

짧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겨버린 이곳 도토리 캐빈
우연한 기회로 사장님과 앉아 대화했던 시간 동안
내 마음은 너무 많은 치유가 되었고, 요 몇 달 동안 스스로를 의심하고 나를 괴롭히던 불안한 생각들이 신기하게도
사라져갔다. 많은 것들에 감사한 시간들 그리고..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이세상 모든 엄마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잘 돌보길 바라며, 도시생활에 지치고 생각이 엉켜서 머리가 복잡해지면 언제든지 와야겠다. 나를 위해
그리고 항상 나를 지키려는 내 남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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