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께서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예전부터 친정에 한 번씩 갈 때면, 농사를 꿈꾸던 아빠는
매일같이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즐겨보고 계셨다
저러다 진짜 아무도 없는 산으로 가서 자연인 처럼 사는거 아니야? 그렇게 된다면 어쩌지 못해 따라가야 할 엄마가 걱정인데..
하고 늘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이사를 선택한 부모님
다행인건 산으로 가지 않고 익숙한 고향으로 가셨다는 것
부모님과 거리가 더 멀어진게 내심 서운했지만
아파트에 살 때 와는 다르게
산과 들뿐인 그곳은 내 딸의 놀이터가 되었다


도시와 떨어진 시골이라 불편한 것도 있을 테지만
과거에는 꽤나 익숙했던 삶이라 그런지 매일이 바쁘셨다
엄마 아빠는 넓은 밭에다 여러 가지 씨앗을 뿌리고 심고
가꾸는 삶이 손도 많이가고 힘들지만 수확의 기쁨또한 신비롭고 크기에 나름 만족해하시는 거 같았다,
나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자연의 냄새와 색이 예뻐 틈만 나면 딸아이와
한 시간 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친정을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다 보면 몸도 정신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아침밥을 거부하는 딸을 밭으로 데려가 그 자리에서 산딸기를 따 먹여 배를 채운다거나, 복분자로 대체 한다 예쁘고 통통하니 맛이있다. 정말이지 유기농 그 자체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 심어져 있는 당근을 하나 잡아 뽑아
약수물로 흙을 대충 닦아낸 뒤 오독오독 씹어먹는다.
그날만큼은 빵 먹어도 죄책감 없는 날.. 아침을 건강하게 먹었기 때문인거 같다. 🤣 아이가 잡아 뽑은 당근을 보며 (내가 거의 반은 뽑아줌🥕) 풀과 잎 사이에서 뽑혀 나오는 그 주황빛의 뿌리를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연은 늘 아래를 향해 자라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상추, 호박, 땅콩, 감자, 당근, 옥수수, 산딸기, 가지, 들깨
고추, 파 등등 친정마트는 나에게 힘이된다
힘들게 심고 뿌리면서도 거둘때 마다 여기저기 다 나눠줄거라는 부모님, 일은 부모님이 다 하시는데 나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장마가 지나면 우리모녀.. 다시 가서 캐고 뽑는 일을 열심히 도와야겠다. 일이 끝난후엔 또 바리바리 싸오게 될테니까 😆


최보민은 이것저것 따먹으며 최소 개미 한마리는
먹었을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부모님 덕분에 내 아이는 처음 경험하는게 많아졌고, 나는 다시 경험 하게 되었다. 귀한 시간들에 감사하다
땅속에서 이미 다 자란 당근을 뽑았을때의 느낌처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 수 있다. 내 아이도 그렇게 자라주길 바라며 엄마로써 많은 노력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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