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BGM을 넣는게 복잡하고 쉽지않네
배경음악이 있으면 글과 사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거 같은데, 언젠가 생기겠지 ?

원래 남편은 등치도 크고 좀 극T에 가까웠다
그런 남편이 아기자기한 딸 취향에 맞춰 무엇을 고른다거나 투박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긴 시간 동안 애써 말려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 큰 등치에 그 모습도 제법 어울리네, 귀엽네 ”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토록 논리적인 사람이 어느 포인트에서 터질지 모르는 모녀의 기분을 늘 살피느라 노력하는 그 사람의 삶도 참 쉽지 않겠다란 생각도 같이든다. 그게 늘 고마워
한참을 가지고 놀다 전날 밤 잘 정리해 식탁 위에 올려둔 아빠의 선물
가지런히 놓여있는 전날 밤의 흔적을 보니 애써주는 남편의 모습과 함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알았을까?
어느 날 자신이 딸을 위해 꽃반지, 하트 반지를 사다 바치리라는 것을. 평생 관심도 없던 예쁜 가방과 옷을 보며 집에 있는 귀엽고 작은 아이를 떠올리게 되리라는 것을..

별생각 없는 내가 남편이 사준 아이의 가방과 반지 하나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등원을 했고 나는 김고양이의 집사 모드로 돌아와 있다.
아기때 와서 언제 이렇게 컸니 감자야
마냥 하찮아 보이는 김감자의 사냥놀이는 어떤 모습이냐면, 마치 수사자가 이번에도 먹잇감 사냥에 성공해 당당하게 암사자 앞에 사냥감을 던져다 놓은 것처럼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웃겨
김감자 자꾸 쥐돌이 물고 다니면서 위엄 있는척하는데
그러기에 네 눈은 너무 예쁘고 구슬같아.
내 몸은 힘들지만 귀여움의 연속이다


그리고 난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제일 좋아한다
엄마가 보내준 김치 한 통, 매일 아침마다 만들어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어! 마지막 김볶밥이다
그리고 남편말이 맞았다
난 정말 한놈만 패는구나.. 질릴 때까지

점심을 먹고 나면 언제부턴가 몸에 맞지도 않은 커피가 생각난다. 그리고 머릿속은 더 멍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는 그것을 찾아 굳이 마신다
대신 주문할때 요청사항이 좀 까다롭다
아인슈페너이던 아메리카노든 카페인이 들어가면 “ 디카페인에 반샷보다 더 연하게 주세요. 보리차 정도로요 ”
직원은 일부러 꾹 삼키는것 같은 말을 옆에있는 누군가는 한다. 남편이라던가 친구라던가
-그럴꺼면 물마시는게 어때 !
물은 먹기 싫은데 갈증 해소로 아이스커피만 한 것이 없는데 몸이 힘들어 하니 그것을 이제는 진짜 끊어야겠다.
고양이 김감자 밥 주기, 똥 치우기, 밥해 먹고 커피 한잔하기, 청소기 돌리고 널브러져 있기 등 이런저런 작고 소소한 것들을 하다 보면 나에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들이 금방 가버린다.


하원 후 엄마에게 뛰어오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내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든다.
어디 가지..? 그러다가 생각나는 곳이 없을땐 우선 그냥 같이 걷는걸 시도 하는 편이다
집 앞 공원에 황톳길이 생겼는데 사실 맨발걷기는 나의 관심인데 조금 망설이는 아이를 두고 어떻게 해야 같이 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가 먼저 앞서가니 아이는 이내 나를 믿고 따라온다. 그냥 따라온다.
이 모습을 보니 재작년 여름 일이 생각난다
두 돌도 안 된 아기는 지금보다 걷는 게 훨씬 안정적이지 않았다. 엄마 바라기라 그 걸음으로 집안 어딜 가든 내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느라 나는 늘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을 틈타 급하게 샤워를 해야 했다. 그날도 분명 자는줄 알고 샤워를 시작했는데 설마..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환청 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따라서 화장실 앞까지 잠이 덜 깬 눈으로 힘겹게 걸어와 샤워하는 나를 발견한 아기는 안아달라고 어찌나 울고불고 떼를 쓰던지.. 조금만 기다려 하며 몸에 묻은 거품을 빠르게 닦아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샤워기 때문에 무서워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거 같더니 순식간에 걸어들어와 내 다리를 와락 감싸는 바람에 아기의 온몸이 다 젖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질퍽하고 불편해 보이는 황톳길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엄마가 먼저 걸으니 기꺼이 내 발자국을 따라오던 용기 있던 모습이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엄마가 하는 것, 엄마가 가는 길을 따라오고 엄마가 하는 말까지 따라 하고 엄마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이제는 제법 자란 아이.
그렇기에 늘 나의 고민은 나는 어떤 사람이여야 할까 그리고 널 어떻게 잘 키워야 할까.
너 만큼 나도 자란다.
아이가 보여준 하나의 행동으로 나는 또 여러 가지 기억을 떠올리며 네가 보여줬던 사랑을 느낀다
우린 이렇게 서로에게 너무 행복한 존재야. 고마워
.
.

그리고 늘 그러하듯 동화 속에서 나오면 진정한 현실과 마주친다
방전돼가는 나의 체력.. 에너지를 아직 반도 못 쓴 너
정말 쉽지않다. 자라 어서, 사랑하지만 일찍자라
이것이 현실이다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