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카페 녹만, 그리고 어김없이 달팽이

Written by

·

아이가 부쩍 컸다.

그건 아마도

나도 세월을 맞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겠지, 불혹에 가까울수록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빵과 과자 그리고 온갖 가공식품들과는 멀어져야 한다는 슬픈 현실 속에서 먹지 않아도 냉장고 야채 칸이 채워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승리하며 오늘도 야채를 꺼내본다.

막막해, 너희로 뭘 어째야 할까

야채를 싫어하진 않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맛있었더라면.. 초콜릿처럼 말이야 😆

그런데 어쩜 그렇게 예쁜 색을 갖고 있니?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 어쨌든 기분은 조쿠나

시작이 건강하면 오늘하루 뭐든 할 수 있는 기분이야 !

흐린 주말,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너와 무엇을 하며 보낼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편안함을 모르는 아직은 조금 어린 너를 위해 언제나 엄마는 스케줄을 풀로 짜야 한다

놀이터에 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면 이른 저녁에 숙면에 들것이며 그러면 나의 자유도 조금은 일찍 찾아오겠지만

오늘은 엄마가 하고싶은거 하자!

그건 사실 너무 소소해

카페에 앉아서 달달한 디저트 하나 시켜놓고 나는 커피 너는 우유 그리고 함께하는 듯 각자 놀기

너의 나이를 고려하면 어느 한곳에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이 아직 불가능하다 싶지만 도전은 해보자.

엄마는 오늘 그렇고 싶은 날이니

비록 집중은 하지 못해도 시늉은 하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니 새삼 많이 컸다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원샷하고 나오더라도 시도는 해보자 했던 마음이었는데, 제법 오래 있었다

함께 있는 듯 각자의 할 것에 집중하며 딸과 함께하는 마음 평온한 시간들

.

.

.

우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할까

너는 아직 어리고 작지만 우리는 참 많이 통한다

예쁜 것을 보면 멈추고 귀여운 걸 보면 몽글몽글 해지는 감정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우리는 감성도 비슷하다

아이를 낳고 먹이고 재우고 온전히 키우는 시간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사라졌던 감성이 조금 키워놓은 너로 인해 다시 올라온다

고마워

달팽이를 한참이나 구경하는 순수함

달팽이를 바라보는 너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는 이 예쁜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아, 네가 커서도.. 그리고 엄마가 혼자 달팽이를 보게 되더라도 –

육아는 힘듦이 아니라 육아는 내 인생에 선물과도 같은 시간들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진짜? 긍정회로 돌리는중)

그리고 별거없는 하루가 어쩔 땐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사랑해 오늘도

댓글 남기기

🌿 Quiet Note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